안녕하세요. 규니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한 가지 관점을 공유하고, 추상적인 인플레이션을 조금 더 직관적으로 알아보고자 합니다.
#1. 세금을 높이면 표가 떨어지지만, 인플레이션은 표가 안떨어진다.
- 국가에서 돈이 필요할 때, 돈을 마련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1번 증세. 세금을 늘리는 것이다. 세금을 높여 더 많은 세수를 확보하면 된다. 가장 간단한 방법이지만 한 가지 함정이 있다. 그 어느 나라에서도 국민들은 증세를 반기지 않는다. 부자 증세, 기업 증세를 외치던 사람도 내가 낼 세금이 5만원이라도 늘면 노발대발 하게 되는 것이 바로 세금이다. 세금을 올리면 곧장 지지율이 떨어지고, 정치인들은 사회 정의 실현보다는 표에 더 관심이 많기 때문에 이 방법을 선호하지 않는다.
- 2번 국채 발행. 2번째 방법이 쉽다. 정부는 국채를 발행해 국민들에게 팔면 된다. 국민들은 이자를 받아 좋아하고 정부는 국채 수익으로 정책을 펼친다. 그 누구도 반발하지 않는다. 애초에 국채 발행량에 관심 가지는 이가 그리 많지 않다. 금융 이해력이 높은 사람들은 국채 발행량이 늘면 통화량 증가에 따른 투자 포지션을 잡느라 바쁘고, 금융이해력이 낮은 사람들은 딱히 관심이 없다.
- 이렇게 국채를 찍어 내면 통화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화폐가치의 하락, 훼손은 가속화된다. 이 결과로 물가는 비싸진다. 많은 이들이 가격이 오르면 가게 사장님을 욕하거나 한국의 유통구조를 욕한다. 그렇지만 사실 이를 통해 가장 이득을 보는 것은 정부이다. 세금을 직접적으로 걷으면 조세저항이 강하지만, 이렇게 국채를 발행해 해결하면 저항이 없다. 대신 올라간 물가를 국민들이 나눠서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올라간 물가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간접세를 납부하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2. 화폐가치 하락은 직관적이지 않다.
- 2020년 1월, A씨는 5억에 아파트 전세를 들어간다. 월세는 돈이 새어 나가 속이 상하고, 집을 사자니 왠지 집값이 떨어질 것 같다. 매달 나가는 돈도 없고, 내 목돈이 지켜지는 전세는 참으로 감사한 제도이다. 그렇게 전세집에 살며 2년을 보낸다. 예전 같았으면 2년만에 집주인이 전세금을 올려달라는 둥, 나가라는 둥 했겠지만 2+2 계약갱신청구권이 있기 때문에 2024년 1월까지 걱정없이 살게 되었다. 그러곤 2024년에 집주인에게서 5억이라는 보증금을 돌려받는다. 참 좋은 집주인이고, 참 좋은 세상이다. 4년동안 공짜로 우리 가족의 보금자리를 해결할 수 있었다. A씨는 정말 공짜로 4년동안 전세집에 살았던 걸까? 아니다. 제법 많은 비용을 지불하며 살아왔다. 그렇지만 화폐가치가 하락한다는데 그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고 A씨는 5억의 돈을 무사히 돌려받았다.
- 대한민국 통계청은 참 일을 열심히 한다. 소비자물가지수의 변화를 분석할 뿐만 아니라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해 '화폐가치 계산기'를 만들어주었다. 화폐가치 계산 | 체험 : 소비자물가지수 (kostat.go.kr) 이 링크로 들어가면 일정 기간의 물가가 얼마나 상승했는지, 화폐가치가 어떻게 변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 2024년 1월 전세금이 만료되며 받은 5억은 사실 4년 전의 가치와 비교하면 4억 4천만원 어치에 해당한다. 4년 동안 6000만원의 화폐가 증발해버렸다. 이게 바로 인플레이션이다. 그럼 이 6천만원은 어디로 갔을까? 집주인의 아파트 값에 녹아들었을수도, 금이나 주식시장으로 흘러갔을수도 있다. 확실한건 A씨의 6천만원은 사라져버렸다. 4년 전 5억의 가치를 돌려 받으려면 2024년에 5억 6천 500만원을 돌려 받았어야 한다. 그러나 전세보증금을 이렇게 돌려주는 집주인은 없다.
- A씨는 보증금을 돌려 받아 안심하고 기뻤겠지만 사실 '4년 전의 5억의 가치'를 돌려 받지는 못했다. '4억 4천만원의 가치'만 돌려받은 것이다. 화폐는 자세적으로 가치를 가지지 않는다. 그저 자산의 가치를 표현하는 숫자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오면 자산의 가치는 상승하게 되고 반대로 동일한 숫자의 화폐 가치는 하락하게 되는 것이다. 이래서 모 부동산 유튜버가 "절대로 전세살지 마라."라는 이야기를 한 것이다. 물론 욕을 많이 먹기도 하지만 인플레이션의 관점에서는 '전세제도'(와 '보험제도')는 정말 어리석은 제도일 뿐이다.
+ 또 화폐가치 계산기를 활용하면 내 투자가 인플레이션 대비 얼마나 잘 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5억을 3% 비과세로 10년간 넣어둔 사람은 1억 5천만원을 얻은 것 같지만 인플레이션을 반영하면 사실 10년동안 5천만원을 얻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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